1. 분석 배경

  현재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NRF 과제는 내년에 종료되기 때문에 내년의 연구비(라 쓰고 인건비라 읽는다)를 위해서는 2019년 상반기 과제를 따야한다. 

 물론 지난 5월에 이미 두건의 제안서를 작성해서 제출했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기에 연말의 시작을 제안서 작성으로 시작할거라 이미 예상했었다. 그리고 오늘 제안서 작성을 마감하고 내일 제출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제안서 작성 시작과 작성 과정 중에 겪었던 경험들을 정리함으로써 다음 과제 혹은 앞으로 살면서 작성할 수많은 제안서의 토대를 만드려고 한다. 


2. 과제 공고

  NRF 과제는 일반적으로 5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과제 공고가 12월 말에서 1월 초즈음 올라오는데 올해는 미리 준비해서 마무리하기로 계획했었다. 그러던 중 아무 생각없이 NRF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이미 사흘전에 과제 공고가 올라왔고 내년 과제 시작이 3월로 두 달정도 앞당겨진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 당장 제안서 작성을 준비해야했고 주어진 시간은 3주 남짓...


3. 아이디어

 사실 제일 중요한 시점(제안서 아이디어)에 교수님이 일주일동안 해외 출장을 가시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학생들끼리 모여 브레인스토밍(이라 쓰고 무념무상이라고 읽는다)을 진행하였지만 존나 쿨하고 쌈박하고 간지나고 획기적이고 대단한 아이디어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존나 슬프다...(창의력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낌) 그 사이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러갔고 교수님이 돌아오셨고 어쩔수 없이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나왔던 몇가지 아이디어 중 그나마(정말 그나마) 괜찮은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보고드렸다. 누군가 제안서를 작성할때 제일 힘든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이디어 확립 및 제안서 작성 시작 전까지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저번 5월에 작성할때도 그리고 이번에도 그랬다.


 3-1) 제한 주제 / 자유 주제

  • 제한주제
      과제 공고에 주제가 정해져서 나오기도 하는데 이 경우엔 주제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생각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느낄수도 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오히려 반대로 전반적인 아우트라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것 같아 그리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면 그 주어진 주제와 맞지 않는다면 안타깝긴 할 것 같다. 
  • 자유 주제
      자유다, 네가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어떤 연구를 하던 상관없다. 다만 우리를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너에게 돌아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개인적으로 다른 면에선 신선한 아이디어도 잘 나오는것 같은데 유독 이런 연구과제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는 내 머릿속이 늘 꽉막힌 고속도로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내가 획기적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은 이미 누군가 연구를 해서 결과까지 내놓았고 또다른 아이디어는 누군가 벌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것 같다. 아마 이런 생각이 드는건 비단 나 뿐만이 아닐거라 믿고 싶다. 


3-2) 좋은 아이디어란?

 - '좋은 아이디어'라는 키워드로 네이버, 구글에 검색해보면 그 정의와 기준 그리고 심지어 친절하게 어떻게 해야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준 자료들이 무척 많이 나온다.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절대로 그 과정이 쉽지 않은건 사실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 내가 만약에 소설을 쓴다면 해리포터처럼, 혹은 SF 영화처럼 현실에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장황하게 쓸 수 있겠지만(물론 쉽다는 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연구제안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의 목표가 뚜렷해야하며 이를 이루기 위한 현실적 연구개발 가능성이 뒷받침 되야하며 더불어 연구개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통한 당위성이 함께 부여되어야 한다. 

  • 연구의 목표
      내가 이 제안하는 연구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추상적이지 않으며 그 내용이 선명하게 보일정도의 스코프로 압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한 연구'라고 정했다고 생각해보면 그 말로만 봐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그 주제의 범위가 매우 넓으며 게다가 의미하는 바가 매우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즉,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은 매우 많겠지만 그 중에 하나를 정하고 그리고 그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로 추려야 한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 > 워라밸이 있는 삶을 제공 > 근무여건 개선 > 임금 상승?, 근무시간 축소? '워라밸이 있는 삶을 제공하기 위한 임금 상승을 통한 근무여건 개선 연구' 개인적으로는 최소 이 정도의 스코프까진 줄여야 주제가 뚜렷하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 연구의 필요성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다한들 세상이 원치 않으면 필요성이 없다. 즉, 나의 연구목적이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어떤 측면에서건 그 필요성이 존재해야 연구 진행의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을것 같다. 만약 세상의 근로자 절대 다수가 자신의 임금에 충분히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면 과연 임금 상승을 통한 근무여건 개선이라는 연구의 필요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연구하려고 하는 주제에 관련되 현재 기술이나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한계점이나 해결해야 하는 점들이 보일것이고 그것들을 토대로 필요성을 찾아야 한다.  

  • 연구 추진전략
      제안서의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내가 제안하는 연구를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연구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그 과정 중에 요소 기술이나 과정들의 긴밀함을 단계적으로 계획하고 설명해야 한다. 임금 상승을 통한 근무여건 개선 연구를 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사무실내의 자리배치 최적화 기술을 연구한다고 하면 제안서의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게 된다. 

  • 연구 결과의 중요성
      본 제안하는 연구의 결과물을 통해 사회, 경제, 기술,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작성해야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연구의 필요성과 매우 비슷한 주제라고 생각되어 일반적으로 연구의 필요성 부분에서 언급하지 않았거나 혹은 간략하게 언급한 내용을 상세하게 풀어서 작성하곤 했다. 


4. 정리 및 요약

  • 부족한 점
    1) 브레인스토밍
      아이디어에 관련된 자유발언을 통해 아이디어의 제시를 요구하며 발상을 찾아내는 과정인데 브레인스토밍의 핵심 주제를 정하지 않고 진행하여 당연하게도 아무말 대잔치가 되어버려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부득이하게 시간에 쫒겨 진행하려하다보니 전반적인 주제의 테마조차 정하지 못했던게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 가장 효과적인건 평소에 기술, 산업, 연구 동향을 틈틈히 조사해서 아이디어를 정리해놓는게 가장 효과적일 것 

    2) 주제 및 내용의 구체화
      주제가 아무리 훌륭해도 디테일이 빠지면 결국 소설일 뿐이다. 물론 제안서를 작성하다보면 MSG 같은 역할을 위해 약간의 소설이 들어갈수도 있겠지만 핵심 내용은 꼭 구체적이어야 한다. 특히, 이번엔 너무 생소한 주제와 기술을 이용해 제안서를 작성하려하다보니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구체화 부분이 매우 힘들었다. 물론 현재 내가, 우리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연구나 기술 위주로 작성하면 편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주제가 정해지면 선행적으로 해당 주제와 관련된 기술 및 연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여 최소한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3) 역할 분담
      사실 역할 분담은 이번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 반, 잘했던 점 반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자칫 잘못하면 개성이 강한 친구들끼리 모여 지지부진 했을 수 있었을텐데 격려와 칭찬 그리고 응원으로 다행히 적절한 조율을 통해 큰 문제없이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 조율 과정에서 개인의 역량보다는 분위기 조율을 위해 역할 비율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친 것 같아 이 점이 조금 아쉽다. 

  • 잘한 점 
    1) 주제의 참신성
      주제에 대해 괜찮은 아이디어가 여러개 있었지만 연구 적정성이나 기존 연구실의 연구 주제와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아 구체화 시키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고민과 낙심이 반복되는 과정중에 정말 순간적으로 떠오른 주제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적 접근 방식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이런 조합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제안서를 작성한게 처음이어서 그런지 매우 신선했고 교수님 또한 매우 만족하셨다. 사실 평소에 연구를 하다가 막히면 아예 다른 분야의 현상을 통해서 접근하려는 시도를 여러번 하긴 했었는데 이런 점이 큰 도움이 됬던것 같다. 

    2) 정보 전달의 효과적인 방법 
      제안서를 준비하면서 몇년전에 작성했던 제안서들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적게는 열페이지 많게는 스무페이지가 넘는 제안서는 전부 텍스트로 가득차있었고 이는 작성한 나조차도 다시 보고 싶지 않은 형태의 문서였다. 올해 들어서 연구실의 제안서 스타일이 기존과는 많이 달라졌고 그 핵심은 그림이었다. 동일한 정보를 전달함에 있어 오직 텍스트로만 전달하는 것보다는 그림을 통해 정보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게 확실히 더 효과적인 것 같다(당연한 이야기지만 깨닫는데 오래걸림).

    3) 그림 스타일과 색
      개인적으로 제안서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릴때는 simple한 스타일의 그림을 선호한다. 이는 기술적인 복잡한 내용을 전달할때 그림을 단순화 시킴으로써 제안서를 읽는 사람이 조금 더 직관적이고 편하게 내용을 접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그림을 그릴때 사용하는 색상의 경우에도 강조를 위해서 무조건 빨간 계통의 색을 쓴다거나 이쁘고 다채로운 색깔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제안서에 들어가는 그림들의 전체적인 스타일을 통일 시키기 위해서이다. 전에 한번 동생에게 그림으로 욕을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동생이 했던 말인 즉슨, 너무 색을 다채롭게 써서 오히려 무엇을 강조하려고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림의 큰 스타일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림뿐만 아니라 문서의 양식에 들어가는 색들도 미리 정해서(절대적인 감으로) 그림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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